# '살인자 리포트': 조여정과 정성일의 강렬한 연기로 완성된 심리 스릴러의 탄생 특종 하나에 목숨을 걸 수 있을까? 권력의 암살자라 불리는 베테랑 기자가 있다. 그녀는 진실을 쫓지만, 그 진실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1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라고 고백하며 인터뷰를 요청해 온다. 특종 감이라면 환호할 만한 상황. 하지만 이 인터뷰는 단순한 기사로 끝나지 않는다. 진실과 윤리, 기자의 책임, 범죄자의 자의식이 얽히는 107분의 심리적 사투가 시작된다. 2025년 9월 5일 개봉한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을 긴장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조여정과 정성일이라는 강력한 배우 조합, 그리고 밀실 인터뷰라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심리 스릴러를 제시한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영화를 넘어 미디어 윤리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지금부터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자. ## 밀실 인터뷰, 긴장감을 조율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 <살인자 리포트>는 전통적인 액션 중심의 스릴러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서사 구조를 지닌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장면이 한정된 공간, 즉 인터뷰룸 안에서 전개된다는 점이다. 감독 조영준은 이 공간을 통해 극한의 심리적 긴장감을 구축한다. 카메라는 주로 두 주인공의 얼굴 클로즈업에 머무르며, 대사 하나, 눈빛 하나에 담긴 감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밀실 인터뷰’ 형식은 관객을 마치 인터뷰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으로 이끈다. 스토리는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고백하며 독점 인터뷰를 요청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선주는 처음엔 의심하지만, 그의 말과 제시한 증거에 점차 흔들리게 되고, 결국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이 인터뷰는 단순한 범행 경위 설명을 넘어, 범죄의 동기, 사회에 대한 비판, 그리고 자신을 ‘살인자’라 부르는 언론과 사회에 대한 반박을 담는다. 영화는 이 대화를 통해 두 인물의 내면을 서서히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연출의 치밀함이 없으면 금세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살인자 리포트>는 제한된 인물과 공간 안에서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조율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일부 평론가는 “정성일의 열연이 빛을 발하지만, 연출의 한계로 인해 몰입도가 떨어지는 순간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107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완성도 있는 구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인터뷰 중간중간 삽입되는 회상 장면과 미니멀한 음악은 분위기를 더욱 무겁고 위압적으로 만든다. 이처럼 <살인자 리포트>는 단순한 범죄 사실의 나열을 넘어, ‘인터뷰’라는 행위 자체가 가진 힘과 책임을 조명한다. 기자는 진실을 보도할 권리가 있지만, 그 진실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하는가? 이 질문은 영화의 서사뿐 아니라, 오늘날 언론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 조여정과 정성일, 연기력으로 완성한 윤리적 대결 <살인자 리포트>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다. ‘기생충’과 ‘더 글로리’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조여정과 정성일의 만남은 이 영화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고, 그 기대를 충족하는 완성도 높은 연기로 보답했다. 조여정은 특종에 집착하는 냉철한 기자 선주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녀는 처음엔 감정보다는 이성과 결과만을 추구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영훈의 말에 흔들리고, 자신의 신념과 직업 윤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조여정은 이러한 내면의 변화를 극도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대사보다는 눈빛, 미세한 표정 변화, 침묵의 순간을 통해 캐릭터의 갈등을 전달하는 그녀의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선주의 심리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이 인터뷰를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보다 “이 인터뷰를 하면 무엇을 잃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시달린다. 조여정은 이 지점에서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의 윤리적 시험대에 함께 선 듯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반면 정성일은 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인 영훈을 소름 끼치도록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게 연기한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행동이 사회적 정의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한다. 정성일은 이 캐릭터를 광기 어린 살인마로 그리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명확히 가진 지적이고 냉철한 인물로 그려낸다. 그의 말투는 평온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위협적이다. 관객은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가 살인을 자백하는 현실에 직면하며 혼란을 느낀다. 두 배우는 단순히 상대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자극하고, 도전하며, 심리적으로 맞서는 관계를 형성한다. 이 인터뷰는 정보를 얻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세계관과 윤리관을 격돌시키는 전쟁터다. 한 관객은 “조여정과 정성일의 연기 때문에 107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평하기도 했고, 또 다른 평론가는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철학적 대결을 담은 심리극”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서사적 한계를 뛰어넘어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 미디어 윤리와 사회 비판, 영화가 던지는 깊은 질문 <살인자 리포트>는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현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과 범죄 보도의 윤리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기자 선주는 특종을 쫓는 과정에서 점점 자신의 가치관에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내가 보도하는 이 인터뷰가 또 다른 폭력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직면한다. 이는 오늘날 소셜미디어와 24시간 뉴스 환경 속에서 ‘조작’과 ‘선정성’이 진실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영화는 특히 ‘살인자’라는 낙인을 다룬다. 범죄자에게는 재판을 통해 유죄가 선고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언론은 종종 범죄 혐의자에게 ‘살인자’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사회적 매장을 유도한다. <살인자 리포트>의 제목 자체가 이러한 언론의 관행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영훈은 “당신들은 나를 ‘살인자’라고 부르지만, 진짜 살인자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무관심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범죄자의 자기 정당화를 넘어, 범죄 발생의 근본 원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메시지다. 또한 영화는 ‘취재 윤리’에 대한 논의도 포함한다. 기자가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공공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정당한가? 아니면 이는 범죄를 미화하거나, 피해자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주는 행위인가? 선주가 이 인터뷰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그는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적 성공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는 언론 종사자뿐 아니라, 정보를 소비하는 모든 시민에게도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는 범죄 소식을 접할 때, 그 정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보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고 있는가? KBS 뉴스는 이 영화를 두고 “살인 예고의 결말은 ‘살인자 리포트’…취업배틀 생존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는 영화가 범죄 이야기를 넘어서, 오늘날의 사회 구조와 생존 경쟁에 대한 비유로 읽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훈이 살해한 피해자들은 모두 사회적 성공을 위한 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이다. 그는 이들을 ‘부조리한 시스템의 상징’으로 보고 범행을 정당화한다. 이는 청년들의 취업 전쟁, 계층 간 격차, 성공에 대한 압박 등 현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예매율 1위,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살인자 리포트>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KNN 뉴스는 “밀실, 밀착 인터뷰 스릴러 한 편이 예매율 1위를 달리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고, 실제로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예매율에서 선두를 달성하며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조여정과 정성일이라는 탄탄한 배우 라인업과 독특한 소재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관객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력과 긴장감 있는 전개에 대한 평가가 높다. “조여정의 눈빛 연기가 압도적이다”, “정성일의 존재감이 영화 전체를 이끈다”, “인터뷰 장면이 너무 몰입되어서 숨 쉬는 것도 잊을 뻔했다”는 반응이 많다. 또한, “단순한 스릴러를 기대했다가 철학적 질문에 휘말려 나온 기분”, “영화 끝나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는 평가를 통해 이 작품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유의 시간을 제공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평론가는 “정성일의 열연이 빛을 발하지만, 연출의 한계로 인해 몰입도가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고 지적하며, 전체적인 연출과 전개 속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평가는 “107분 동안 흥미롭지만, 윤리적 딜레마의 깊이를 완전히 파고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는 영화가 던진 주제의 무게에 비해, 그 해결이나 탐구의 깊이가 다소 부족했다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자 리포트>는 2025년 가을 극장가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작사 위드에이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미디어와 범죄,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으며, 감독 조영준은 “현실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캐릭터와 대화를 통해, 단순한 선악 이분법을 넘어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 마무리 <살인자 리포트>는 단순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스릴러가 아니다. 밀실 인터뷰라는 제한된 구조 안에서, 조여정과 정성일의 강렬한 연기력을 통해 진실, 윤리, 미디어의 책임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심리극이다.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만약 내가 그 기자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며, 정보를 소비하는 현대인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조여정은 냉철한 기자이자 인간으로서의 갈등을, 정성일은 살인범이자 철학자로서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들의 대결은 단순한 대사의 주고받기가 아니라,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이다. 감독 조영준은 이 충돌을 밀도 높은 대화와 긴장감 있는 연출로 풀어냈고, 그 결과 10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완성했다. 2025년 9월, 극장에서 <살인자 리포트>를 본다면, 단순한 스릴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질문을 던지는 데에 그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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